플란다스의 개 (2000)
이 영화를 보게된것은 순전히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이유에서다. 알고보니 시나리오도 봉준호가 썼다.
'살인의 추억' 과 '괴물' 의 감독 봉준호. 개인적으로 천재라고 생각되는 감독이 거의 무일푼으로 찍었을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그는 이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을까를 보고 싶었다. 솔직히 영화보고나서 재미 있었느냐고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별로 였다는 생각이 든다. 티켓파워도 없는 좀 유명하다고 말하기도, 무명이라고 말하기도 모호한 배우들과 카메라 하나만 달랑들고 아파트촌에서 개한마리와 찍은 영화에서 그다지 큰 재미를 느낄수는 없었나 보다.
그러나 봉준호식의 특유의 유머감각은 살아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유머가 들어가 있다. 다른 천재가 아닌 감독들은 자기가 경험했거나 자기와 코드가 비슷한 사람들에게만 공감이 가는 영화와 장면을 만들어 내지만, 봉준호는 자기와 아무런 비슷한 점이 없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천재와 보통사람들의 차이점이라고 생각되는것이 바로 저 점이다.
2000년 당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던 휴대폰. 당시에는 너무 민감한 대상이라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대사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않게 자연스럽게 한마디 내던진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른사람을 내려다보는 사람도 휴대폰이 없어서 좀 그런사람도 모두 공감할수 있는 장면이다. 이러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느낄수 있는 톡쏘는 시대표현이 봉준호 영화의 매력이다. 피흘리고 눈물흘리고 하는 신파극적이고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듯한 표현은 전혀없다.
뭐 진짜 수위아저씨보다 더 진짜 같았던 변희봉씨의 보일러 김씨 얘기는 이 영화의 주요 재미포인트 라고 할수 있고...
더더군다나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했다! 얼마 안되는 제작비 밖에 없었겠지만 내용이 중요하니 감동만이 중요하니 어쩌니 같은 자기 합리화나 하고있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시대가 컴퓨터 그래픽을 원하면 거기에 맞게 자신을 적응 시키는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능력이 있다.
" 살인의 추억" 과 "괴물"을 만든 감독이 만들었다는것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록, 두 영화보다 스케일면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지만.. 수작이다.
하지만, 2000년 개봉당시 극장관객 5만이 말해주듯이 대중성 면에서는 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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